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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간 리사이틀] 미셸 부바르, 오르간 공연 후기 (롯데콘서트홀 LP구역 7열 시야, 오르간에 대한 생각)
    일상/공연 & 전시 2022. 12. 1. 20:10

    처음으로 오르간 연주회를 보러갔다.
    국내 최대의 파이프오르간으로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싶었다.
    또, 한 때 전공을 꿈꿨었던 사람으로서 미련?같은게 있었다.

    공연은 1부는 파이프오르간에서, 2부는 오케스트라 구역의 오르간으로 진행되었다.
    아마 개인 오르간으로 2부의 난이도 높은 곡들을 연주하려는 계획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신기했던 점은 전자 오르간에서 연주가 연결되어 콘서트홀의 파이프에서 소리가 났던 것이다.
    내 자리가 전자 오르간과 파이프 중간에 있어서 소리는 왼쪽에서 들리는데 연주는 오른쪽에서 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나의 자리는 LP구역 7열(맨 뒷줄)이었는데, 1부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보기에 가장 최적의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2부때는 아래를 보느라 목이 매우 아팠다. 1부때도 목을 옆으로 돌려서 봐야해서 목이 아팠다.)
    오른편에 악보 넘기는 분이 계셔서 오른쪽 블럭에서는 좀 가렸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2부에는 손가락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연주자의 표정이 잘 보여서 좋았다.
    곡을 연주하기 전에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는 모습이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오르간 연주자 중에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나처럼 교회를 다니면서 오르간을 접한 사람이 많지 않으려나..? 오르간 작품 중에 교회곡이 많기도 하고...)

    바흐의 음악은 역시나 오르간이랑 너무나 잘 어울렸다.
    본 공연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곡이었다.
    규칙적인 리듬과 꽉찬 화성감이 오르간의 특징을 부각시켜서 그런 것일까?

    오르간 연주를 듣고있으면 고채도의 물감을 쏟아 붓는 느낌이 든다.
    배음이 아주아주 풍부한 악기인데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으로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또한 오르간 연주자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르간은 정말 어려운 악기이다. 피아노는 서스테인이 있지만 오르간은 건반에서 손을 떼는 순간 음이 바로 끊기는, 즉 릴리즈가 없기 때문에 레가토 연주를 할 때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나도 오르간 연습을 할 때 바닥 건반만큼이나 레가토 주법이 어려웠다.
    발로 하는 페달 건반 연주는 정말 많은 연습을 통해 숙련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연습을 해도 물리적으로 발과 발이 교차하면서 몸의 무게 중심이 바뀌면, 중심을 잡기위해 어쩔 수 없이 연주의 딜레이가 생기게 된다.
    6년 동안 오르간 연주를 하면서 이 악기에 정말 애증을 많이 느꼈다.
    힘들긴 했지만 매력적인 악기임엔 분명하다.
    나는 4성부 찬송가 위주로 연주를 하는데도 어려움을 느꼈는데, 전공자들은 그보다 훨씬 난이도 높은 곡들은 연마하며 얼마나 벽에 부딪혔을지 상상이 안 된다.

    다음주 주보에 이 찬송가가 나오면 엄청난 연습을 했었다... 오르간으로 연주하기 제일 힘들었던 곡

    오르간의 매력은 정말 많지만 특히 혼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라는 점이 아닐까?
    다양한 소리를 직접 만들어 내고, 그걸 지휘하며 동시에 연주한다.
    그리고 오르간 곡은 대위법, 화성, 대선율이 돋보이기 때문에 음악적인 즐거움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교회에서 오르간 반주를 할 때도, 성찬식이나 기도회 등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때 사운드를 조절해가며 음악으로 성도님들에게 은혜를 느끼게 하는데에 일조하는 것은 큰 뿌듯함을 주었다.
    그때부터 음악감독이라는 꿈이 생긴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오르간을 접하고, 연주할 수 있었던 일은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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